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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소름 그리고 옷

기사승인 2024.11.07  15: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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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범덕 고문 (전 청주시장)

   
 

사람은 정말 약한 존재입니다.

그 지긋지긋한 무더위가 끝난 지 얼마 되었다고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 두꺼운 옷을 찾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한낮이 되면 긴 여름의 여파가 남아서인지 더워서 옷을 한 겹 벗을 정도입니다 . 그러니까 막상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가 적잖은 고민이 됩니다. 특히 무얼 입어도 옷맵시가 나지 않는 저 같은 뚱보한테는 괜한 걱정이 있는 요즘입니다.

인간도 원래는 다른 포유류와 같은 수의 털로 덥혀 사실 옷이 필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손발을 쓰게 되는 진화가 일어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탈모라고 합니다. 지금도 인간의 털은 침팬지와 같은 정도의 털이 있는데, 이 털의 길이가 워낙 짧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요 .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소름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추위가 닥치거나 무서운 공포에 사로잡혔을 때 보통 털이 곤두섭니다. 이것은 털 주변의 미세근육이 긴장하여 털이 더욱 똑바로 서도록 잡아당기는 것입니다. 이때 털의 길이가 긴 다른 포유류들은 털을 부풀려 그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도록 하여 외부와 절연되게 할 수가 있습니다. 또 위협상황에서는 자기 몸을 크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포유류는 위협을 당하면 자신을 더 크게,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털을 부풀려 세우는 것입니다 . 고양이를 개 가까이 데리고 가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둥그렇게 구부려 몸을 훨씬 더 크게 보이려고 합니다. 우리 인간도 이와 같은 방어책을 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털이 없어진 지금으로선 그런 효과를 얻을 순 없겠지요.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런 털이 없기 때문에 오랜 조상 때부터 옷을 입은 것이라 볼 것입니다. 처음에는 커다란 나뭇잎이나 나무줄기를 땄을 것이고 , 사냥한 짐승의 가죽을 걸쳤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옷을 만들어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초로 손으로 짠 옷은 약 2만 7000년 전 체코의 파블로프에서 발견된 진흙 표면에 직조된 천의 흔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이것이 옷의 증거로 가장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 코스텐키 지역에서 약 4 만 년 전으로 보이는 뼈로 만든 바늘이 출토되었습니다. 이 바늘은 동물 가죽을 꿰매는데 쓰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옷의 착용시기는 조금 더 오래되었다고 봅니다 .

이와 같이 옷의 착용시기에 관한 연구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우리 몸에 기생하는 ‘이’ 를 최고의 단서로 옷을 입게 된 때를 찾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생물을 찾게 된 것은 현미경을 이용하면서부터이고 그를 선도한 학자가 17세기 로버트 훅입니다 . 그가 저술한 ‘마이크로그라피아(Micrographia)’ 에 커다랗게 확대한 몸니의 그림으로 미생물에 관한 관심이 촉발되었습니다.

인간의 몸니는 5만 ~10만 년 전에 머릿니로부터 진화된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DNA변이로 연대추정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머릿니가 몸니로 진화된 것은 인간이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시기는 묘하게도 5만 ~10만 년 전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추운지대로 이동하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옷을 입게 되면서 추운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인지, 추운 지방으로 이동하게 되니까 옷이 필요하게 되었는지는 더 연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육심무 기자 smyouk@hanmail.net

<저작권자 © 충청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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