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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와 세종 중앙공원

기사승인 2024.09.30  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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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호의 월요이야기 - 제84호('24.9.30.)]

   
 

미국 뉴욕의 집값은 센트럴파크에서 떨어진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센트럴파크에 가까울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의미입니다. 창문을 열어 마주하는 풍경이 탁 트인 자연과 푸른 녹지라면 그 전경에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사실 센트럴파크는 처음부터 환영받진 않았습니다. 1895년 센트럴파크 건립 계획이 발표됐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했는데, 흔한 공원 대신 주택이나 상업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논리였지요.

이때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그는 "지금 센트럴파크를 만들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이만한 면적의 정신병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절규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시대를 앞서 꿰뚫어 본 혜안에 혀가 내둘러집니다.

과연 세계 최고의 지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는 식물이 뿌리내릴 한 뼘의 공간도 허투루 허용되지 않을 것이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일변도의 회색도시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의 센트럴파크 없는 뉴욕은 상상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전 세계인이 뉴욕 하면 하늘로 치솟은 맨해튼의 마천루와 함께 센트럴파크의 여유로운 풍경을 떠올릴 정도입니다. 거대한 공간 낭비 같아 보였던 센터를파크가 실은 뉴욕의 가치를 하늘높이 치솟게 한 것입니다.

세종은 어떤가요.
세종의 도심 중심부는 중앙녹지공간으로 비우고 그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 어느 한 곳이 중심이 아닌 모두가 평등한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정원도시로는 매우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중앙녹지 공간에는 세종중앙공원과 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이 들어서 뉴욕 센트럴파크 못지 않습니다.

뉴욕과 세종은 도시 전체 면적과 이 가운데 공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비슷합니다. 뉴욕은 도시 전체의 면적 783.8㎢에 센트럴파크가 3.41㎢로 103만 평에 이릅니다. 세종은 전체 면적이 뉴욕의 60% 수준인 465.23㎢이고, 세종중앙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57%에 해당하는 1.95㎢인 59만 평 규모입니다. 도시 전체면적에서 차지하는 중앙공원의 비중이 거의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토록 훌륭한 자원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 한가운데 이만한 면적의 중앙공원이 있는 도시가 세종시 말고 또 어디 있을까요? 도시가 완성될 2030년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낮은 인지도에 대해 아쉬움도 없어 보입니다.

'언젠가 알려지겠지'하는 식의 안이함이 불러온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낮은 인지도는 관광객 유치와 관광사업화에 한계로 작용하고, 이는 상가 공실과 자족기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만한 자원을 두고도 정원관광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과 정원이 공존하는 '정원 속 도시' 세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생태적으로도 환경문제에 대처해 나아가야 합니다. 읍면지역 오래된 집을 정비하고 마을을 재생하는 계기도 만들어야 합니다.

거리의 가로수마다 관리자의 표찰이 게시된 싱가포르처럼, 단 5일 개최로 3,5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영국 첼시 플라워 쇼처럼 우리는 '세종형 정원관광산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원도시박람회 같은 국제 이벤트는 필수입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오늘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 비록 크더라도 내일을 위한 투자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두고 대안 없는 문제 제기가 못내 아쉬운 까닭입니다.

개최 시기를 2026년 지방선거와 연결해서 정치적 해석을 가미하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입니다. 27년에는 대선, 28년에는 총선이 열립니다. 언제고 선거가 없는 해가 있겠습니까. 박람회가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전개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득표를 위해 박람회 개최를 시도한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는 물론이고, 정원관광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지금, 무엇이 세종시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

육심무 기자 smyouk@hanmail.net

<저작권자 © 충청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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